보이 스카웃 규칙

보이 스카웃 규칙: 언제나 처음 왔을 때보다 깨끗하게 해놓고 캠프장을 떠날 것.

누구나 버스 정류장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관계된 사람들은 총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깨끗한 곳에 처음 쓰레기를 버린 사람
  2. 쓰레기를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
  3. 쓰레기 위에 쓰레기를 더 버리는 사람
  4. 쌓인 쓰레기를 옆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

아마 1번에서 4번으로 갈수록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SW 프로젝트에서 마주하는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여기저기 산재한 죽은 코드와 오래된 문서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도 버스 정류장과 같다.
더 더럽히거나, 그냥 지나치거나, 더 망가뜨리거나, 치우거나.
넷 중 하나다.

내가 네이버에서 처음 마주한 캠핑장은 신입사원을 위한 검색엔진 구축 문서였다.
나보다 6개월 먼저 입사한 선배의 튜토리얼을 읽으며,
깨진 링크와 낡은 정보를 고치고 업데이트해야 했다.

나는 주도적인 성향 탓에 (‘주도적’이라기보단 ‘독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문서가 불친절할까’ 라는 불만을 품고,
사수나 선배에게 묻지도 않고 문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사수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나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수는 나를 정중히 꾸짖었다.
”문서를 처음 만들며 고생한 선배의 노력을 무시한 행동일 수 있다”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보다는 조금씩 개선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당시에는 당췌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내 문서가 더 좋은데,
내가 왜 이런 꾸중을 들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당신이 코드나 문서를 발견했을 때, 더렵혀져있다면 그저 처음보다
’조금만’ 더 깨끗하게 만들면 된다.

만약 모든 것을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면 (!)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제 캠핑장과 프로젝트에서 야구 그라운드로 넘어가 보자.
오타니 쇼헤이.
그는 160km의 강속구와 2024년 50홈런, 50도루를 기록한 투타겸업의 선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단지 기록이 아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쓰레기를 줍는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것입니다.”

그는 작은 행동이 모여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그를 훌륭한 선수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보이 스카웃 규칙은 버스정류장, 코드, 조직, 그라운드 등 어디에서나 통한다.
내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본 누군가가 감화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쓰레기를 줍는다.
이러한 행동이 쌓여 문화가 된다.
오타니가 그랬듯이, 나도 실수에서 배운 것처럼.

캠핑장을 갈아엎을 필요는 없다.
그저 처음 왔을 때보다 ‘조금만 더’ 깨끗하게 만들면 된다.
그것이 곧 행운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되며, 쌓여서 문화가 된다.

정리해보자. 보이 스카웃 규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지저분한 것을 발견하면, 내가 조금이라도 해결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서다.
이런 태도가 삶과 커리어는 캠핑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비슷하게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실력을 갖춘 좋은 엔지니어는 존경받지만,
인성까지 갖춘 엔지니어는 존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