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가 되는 법
11월, 실패를 돌아보는 시간
11월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기 가장 적합한 시기다.
모임과 행사가 많은 12월에는 차분히 자신을 점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매년 이맘때, ‘올해의 나’를 돌아보며
실패 속에서 배운 교훈을 정리한다.
실패는 누구나 겪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관찰한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3가지 패턴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인 회고를 나누고자 한다.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3가지 패턴들
1. 일관성 부족: 3개월조차 못 한다.
나는 엔지니어, 커뮤니티 멤버, 교육자로서 많은 초심자를 만나왔다.
그중 금세 사라지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지만 흥미를 잃고 금세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3개월 이상 지속하지 못하고,
기본을 배우지 않아 의미 있는 축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 취미, 관계를 불문하고 ‘지속성 부족’은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일단 성장은 꾸준함에서 시작된다.
공부를 하려면 먼저 책상에 앉아야 하고,
축적은 시간을 견디는 작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2. 수련 부재: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초심자에 머물러있다.
작은 성공 이후 배우기를 멈추고 안주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다.
드라이퍼스 기술 습득 모델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숙련된 초심자(Advanced Beginner)
단계에서 멈춘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스스로 잘한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곧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사라진다.
바로 의도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 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단계에서 교만했던 경험이 있다.
2018년 AWS Summit에서 Serverless를 주제로 발표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 이후로 ‘남들보다 이 기술을 잘 안다’는 착각에 빠졌다.
기술 수련을 멀리하고, 프로젝트에서도 아는 체만 했다.
초기 기술 수용자로서 더 깊이 탐구하거나,
Serverless 생태계에 일찍이 기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나는 2017년 수준에 머물렀고, 발전을 멈췄다.
이와 같은 정체를 극복하려면 의도적인 연습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3. 회고 부재: 결정을 돌아보지 않는다
진정한 성장은 회고에서 시작된다.
실수와 결과를 분석하지 않으면 발전은 멈춘다.
회고는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핵심 도구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는 코드를 작성할 때 컴파일 오류 메시지로 피드백을 받는다.
즉각적인 피드백은 문제를 수정하고 프로그램을 동작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코드 작성보다 주기가 훨씬 길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렵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회고를 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 회고는 팀과 개인 모두에게 중요하다.
경험상, 1개월 주기로 진행한 회고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프로젝트처럼 주기가 길면 반드시 끝에 회고가 있어야 한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피드백과 반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를 극복하게 해준 회고의 힘
프로젝트 회고에서 잠시 운동 이야기를 해본다.
올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취는 10K 마라톤 도전을 뽑고 싶다.
지난 30년간 운동을 멀리했던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작년 첫 도전에서는 53분 31초의 기록을 세웠으나,
이후 기록은 53분 49초, 55분 59초로 퇴보했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도전에서 49분 34초로 벽을 깼다.
50분의 벽을 넘기 까지 무려 1년이 걸렸다.
이 성공의 비결은 의도적 수련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회고였다.
263개의 크로스핏 훈련 일지, 76개의 러닝 일지, 3번의 대회 회고.
그리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웠다.
제일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최근 3번의 마라톤 대회에서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반대로’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회고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니,
기록은 자연히 개선될 수밖에 없었다.
90세 현역에게 배우는 회고
이순재 배우는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의 연기는 백상예술대상 60주년 기념 무대에서 절정을 보여줬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 대본을 완벽히 숙지하고,
무대를 장악하는 그의 모습은 경외심을 자아냈다.
개발자로 비유하자면, 도널드 커누스가 라이브 코딩으로 백준 문제를 푸는 모습 같았다.
후배들에게 실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용기와 도전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여전히 연기를 이어나가는 비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반성이 있으면 축적이 되죠.
무엇을 못했고 왜 못했는지를 분석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어요.
촬영 끝났다고 박수치고 술 마시면 남는 게 없어요.
<이순재 : 아흔의 현역, 바닥부터 쌓은 기본을 말하다 中>
연기 경력 59년 차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본다.
경력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우리가 돌아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더 나은 내가 되는 법
더 나은 내가 되는 법은 간단하다.
”더 자주 기록하고, 더 자주 돌아보라.”
기록된 실수와 꾸준한 성찰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만든다.
어쩌면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실패가 필수적이며,
그 실패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교훈이야말로 진정한 보상이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