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man standing
마라톤 대회에 나가본 적 있으신가요?
작년에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대청호 마라톤을 완주한 모습이 화제가 되었죠.
만화가이자 방송인인 그의 직업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로서는 경외심이 들 정도였죠.
2023년에 이어 2024년 현재까지도 ‘러닝 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기안84의 도전에 자극을 받아 작년에 첫 10km 마라톤을 완주했고,
올해는 벌써 네 번째 10km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잠깐, 달리기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올해 4월부터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에서
유망한 엔지니어 연수생들을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연수생 친구들은 4월부터 11월까지 약 7개월간
꽤 긴 여정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멘토링 초반, 멘토링에 집중하느라 타고 집에 돌아가곤 했습니다.
때로는 자정까지 연수 센터에 남아 연수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열정을 지켜보기도 했죠.
그런데 최근 센터에 가보니 흥미로운 변화가 보였습니다.
4월 초에는 밤늦게까지 센터를 가득 채웠던 연수생들이 이제는 많이 줄고,
몇몇 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때 부족했던 회의실도 이제는 대부분 비어 있더군요.
우리의 결심은 작심삼일이었을까요?
이제 11월, 팀 프로젝트의 레이스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긴 레이스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팀은 과연 누구일까요?
다시 마라톤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초보자라도 10km는 어떻게든 완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9km 지점에 이르면 걷기 시작하는 사람이 속출합니다.
마지막 1km, 특히 오르막길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마지막 1km에서 걷는 사람과 계속 뛰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10km 레이스에서 끝까지 성취를 이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작년에 제가 첫 마라톤에 도전할 때, 크로스핏 코치님이 조언해주셨습니다.
마라톤 기록을 원한다면, 크로스핏을 잠시 멈추고 달리기 훈련에 집중해라.
하지만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중요하다면 크로스핏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크로스핏에서 간간이 달리기 훈련도 했으니까요.
결국 저는 크로스핏과 달리기를 병행했고,
코치님의 예상대로 목표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특이성의 원리
를 기억하세요.
잘 달리고 싶다면 달려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으면 다른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달려야 합니다.
레이스가 마지막 1km에 다다랐습니다.
무언가를 정말로 얻고 싶다면 무엇이 본질인지 기억하고,
그 목적과 목표에 맞는 훈련을 하세요.
여러분은 달리기를 잘하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크로스핏을 고집했던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장기 프로젝트는 장거리 달리기와 닮았습니다.
초반에 빠르게 달린 사람, 재능 있고 똑똑한 사람, 영리한 전략을 짜온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으면 합니다.
마라톤처럼 긴 레이스 끝에 우승하는 사람은 과연 누가 될까요?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Last man standing.
계속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성취합니다.
여전히 연수 센터에서 프로젝트와 씨름하는 여러분처럼요.
여러분의 레이스에도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